우선 자폐라는 단어가 흔히 타인과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꺼리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에 속하는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거나 상호 관계를 시도합니다.
다만, 보통 사람들은 배울 필요도 없이 체득하게 되는 대인 관계의 요령이 결여되어 있어서 그들의 시도는 어색하고 때로는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폐 스펙트럼에서 언급되는 사회적 상호 작용의 어려움은 상호 작용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지,
자폐 스펙트럼 안의 모든 사람이 타인과의 상호 작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들이 가진 능력의 측면에서도 자폐 스펙트럼에 속하는 사람들은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들 중 40% 정도는 평균 또는 그 이상의 지능을 갖습니다.
특정 영역(미술, 음악, 수학 등)에서 월등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들의 특출한 능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만의 독특한 시각에 자부심을 갖기도 합니다.
반면에 심각한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언어적 의사소통의 측면에서 보자면, 자폐 스펙트럼에 속하는 사람의 약 3분의 1 정도는 언어로 의사 소통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들은, 다른 방법을 이용해서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는 있습니다.
반면 언어적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으로 분류되었던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이렇게 보자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진단명은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을 포괄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서로 달라 보이는 사람들, 혹은 장애들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통합된 것일까요?
그 이유는, 오랜 기간의 연구를 통해서 자폐증, 소아기 붕괴성 장애, 아스퍼거 신드롬, 기타 전반적 발달 장애가, 제 각각의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서로 다른 장애라기보다는 같은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한 가지 장애의 다양한 모습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러 진단명으로 구분된 장애들에 대해 제각각 다른 치료적 접근이 발견되지 않은 것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통합적 진단명이 채택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진단의 궁극적 목적은 치료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DSM 5에서는 이전에 여럿으로 분류되었던 진단명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통합되었습니다.
그 대신 DSM 5에서는 어느 정도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기준으로 장애의 정도를 셋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