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소울 컬럼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 및 치료 (1)
- 고기능자폐
만 6세의 멋진 남자 아이가 내원하였다. 엄마는 아동에게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고 모대학병원에서 본원의 마음읽기를 권유받았다면서 치료를 하고자 하신다고 하셨다. 아동은 묻는 말에 짧게는 적절하게 대답도 잘하고 눈맞춤 등도 잘 하였다. 상담을 하면서 발휘되는 인지기능은 최소한 80은 넘게 느껴졌고 잠재력은 100이 넘는 것으로 여겨졌다. 아동의 발달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면 아동의 인지기능은 심리검사를 거치지 않더라도 대강은 파악이 된다. 물론 고기능 자폐 아동의 경우에는 상담 현장에서 발휘되는 지적기능이 훨씬 낮을 수 있으므로 심리검사를 권유하기도 한다.
말도 어느 정도 하고, 인지기능도 정상적이고, 놀이도 두 살 어린 동생이랑 어느 정도 하는데 왜 치료를 해야 할까? 아동의 부모님은 학식이 높으신 분들이기에 전문의사의 자폐스펙트럼 장애라는 진단을 받아들이시지 않았나 싶다. 통상 이런 경우 의사도 자폐라고 하기가 쉽지 않고 부모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동은 그동안 언어치료와 놀이치료를 주 2회 해왔다. 3월부터는 유치원 7살 반으로 올라가게 된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말을 잘하게 된 것은 불과 일년 전이라고 하셨다.
말이 늦고 사회성이 떨어져서 36개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였으나 어린이집 그리고 현재 유치원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고 다만 약간 사회성이 떨어져서 또래랑 놀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제법 아이들과 놀기도 한다고 하였다. 친한 친구를 묻는 질문에 그 반 아동을 전부 나열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다시 질문했을 때는 적절하게 두명 정도를 나열했다.
아동의 상담 시 문제점은 눈 마주침이 되기는 하는데 아주 형식적이라는 것,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하나 진정한 의미 파악이 아직 어려워한다는 것 그래서 그 수준이 나이에 비해 한 두살 정도 떨어진다는 것 그리고 소근육이 의미있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공을 주고 받을 때 공을 들어 올려서 던지는 것조차 잘 하려하지 않고, 식사를 스스로 하려하지 않아 도와줘야 하고 젓가락질을 아직도 잘 하지 못하며 아직까지 보조바퀴가 있어야 자전거를 타는 정도였고 줄넘기를 아직 하지 못하였다. 특징적으로 대변을 최근에야 가렸는데 뭔가 불안해서 대변을 가리지 못한 것 같다는 기억이 난다고 하였다. 통상 우리 아동들이 자주 보이는 양상이다.
글씨랑 숫자는 좋아하여 스스로 터득을 했지만 진정한 의미는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아버님의 표현이 아주 적절했는데 “영어를 읽긴 하나 해석을 못하고 읽는 것과 같이 여겨집니다.”
진료실에서 아동의 상호작용의 질, 언어사용의 질, 놀이의 질을 따졌을 때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초기 진단은 맞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럴 때 어떤 권유를 할 수 있을까? 부모님은 매우 궁금해 하셨다. 도대체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나아가서 집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등등 적절한 가이드가 없어서 힘들어하셨다고 하셨다.
이 아동은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된다. 잠재력은 적절한 치료만 해왔다면 아이큐 100~ 120까지 혹은 그 이상으로도 끌어올릴 수 있어 보였다. 그간 언어치료 주 2회, 놀이치료를 해왔다고 하나 집중적인 치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내년 학교 들어가기 전 일년 만이라도 집중적인 치료를 해서 인지적 잠재력을 쭉 끌어 올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램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아이큐 80-90정도 선에서 머무르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면 집중적인 치료란 무엇일까? 그 목표는 무엇일까? 왜 아이큐를 올려야 할까? 그런 의문이 생긴다. 나도 지금까지 고민해왔고 앞으로도 고민을 계속 해가야 할 문제일 것이다.
먼저 집중적인 치료란? 주 25시간의 특수교육이다. 언어치료, 인지치료, 작업치료 등을 충분한 시간 해줘야 한다. 주 5회도 부족하다. 수업하고 집에서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충분한 수업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치원을 계속 다니기는 쉽지 않다. 유치원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특수교육을 통해 올려야할 것들이 많기에 한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 책에서 읽은 문구가 생각난다. “선택이란 둘 중에 하나를 취함이 아니고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일반 아동들과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바가 아니나, 자폐적인 성향을 갖은 아동들의 사회성이 마치 영어를 모르던 아이가 미국 유치원의 아이들의 그룹 속에 들어가서 영어를 배우는 것으로 착각하면 오산이다. 마치 난독증의 아동들이 말을 잘하는 아동들 사이에 있다고 해서 언어나 한글을 습득하지 못하는 것과 똑같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들에게 언어의 원리를 파악하게 해주고, 청각정보를 훈련시키고 활성화 시켜주지 않으면 난독증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듯이, 자폐스펙트럼 아동들도 사회성의 기본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수십명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사회성은 저절로 습득되지 않는다. 즉 사회성의 원칙을 배우고 습득하면서 유치원이라는 환경에 노출되면 얻는 것이 많고 힘든 부분을 버텨 나갈 수 있으나,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 해결되리라는 기대는 분명 得보다는 實이 많다. 열심히 배워서 얻어야 할 것이 많은 시점에 더디 가는 것을 위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결국 實이 아니겠는가. 본원의 발달학교(생각놀이터)를 만 5-6세 사이 아동을 하면서 느낀 것이다. 인지기능이 좋다고 해서 유치원에 가서도 배우는 것이 많으려니 하는 기대는 결국 부모의 기대만을 충족시키는 것이지 아동의 상태가 더욱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배우는 것이 없다가 아니라 아픔에 비해서 배우는 것이 적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자폐스펙트럼 치고는 높은 기능인데 혹은 자폐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집중적인 치료를 권하냐고 간혹 질문을 듣는다. 그냥 언어치료하고 놀이치료 정도면 되지 않나요? 라고. 이정도면? 난 그 말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그 정도면 어떤 기대를 하시나요? 라고.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아이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정상적인 무리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비록 사회성은 떨어질지 모르나 적절한 인지기능 속에서 학교 생활도 해나갈 수 있고, 전문직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적절하고 집중적인 치료를 했다면 더욱 많은 숫자가 그렇게 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기능이 좋은 아동들이라면 목표치를 계속 수정하면서 상향조정하게 되고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보충해나가면서 그들이 적절하게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을 정상으로 만들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갖고 있음은 아니다. 내가 그렇게 만들 수도 없는 것이다. 다만 그런 잠재력을 갖고 있는 아동들을 적절하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말로 도와줄 방법만 있다면 식이요법도 해보고, 운동도 좋다면 하루에 서너시간씩 운동에 매달려보기도 하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그럼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 2편으로 연결됩니다.
2010년 2월 12일 밝은 미래 정신과 원장 정성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