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소울 컬럼
부모자녀간의 의사소통...
하루는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의 부모님이 병원에 오셨다. 그리고 “혹시 우리가 문제일까 해서 딸래미를 데리고 오기 전에 먼저 왔습니다”라고 어려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문제는 아이가 전혀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녁에 와서 친구들이랑 10시까지 노는데 어딜 가냐고 물어도 알아서 뭐할 것이냐고 톡 쏴버리고 짜증내면서 나가버리고 어떤 날은 갑자기 친근하게 시시콜콜 학교에서 선생님이 어땠다는 둥 누구는 어땠다는 둥 말을 하면 엄마 아빠는 딸이 시험이나 학업성적 같이 중요한 것은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싫어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게 되는데 그러면 다시 딸은 역시 하면서 짜증내고 또 나가버린다는 것이다. 엄마 아빠는 딸이 어버이날 써준 편지를 가지고 왔다. 내용은 청소년이 흔히 하는 말이다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말을 잘 듣지 않아서 죄송해요. 엄마 아빠가 나에게 보여준 사랑을 보답하려면 이렇게 하며 안되는데 죄책감이 많이 들어요” 그러나 이런 편지에도 엄마는 아이에게 행동은 하지도 않으면서 말만 잘한다고 핀잔을 주었고 결국 또 싸우게 되고 이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보는 아빠 역시 둘에게 모두 화를 내는 등 이 전쟁이 끝도 없이 벌써 3년째 진행 중이라는 말씀이셨다.
이런 의사소통의 문제로 상담실에 학생 혹은 부모가 단독으로 오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찌보면 문제를 무조건 아이의 문제로 보지 않고 당신들의 문제로 보려고 했던 두 부모님은 훨씬 나은 편이다. 대부분은 거의 소를 끌고 오듯이 병원에도 억지로 데려다놓기가 일쑤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어떤 말을 정신과 의사인 나에게 할 수 있을까?
처음에 말한 경우처럼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누구도 말을 따뜻하게 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문제는 누가 먼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느냐는 것이다. 여러 상담을 하면서 결론은 이해하는 사람이 고리를 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지금 아이와 부모 간에 벌어지는 상황, 그리고 아이의 마음, 주변 상황, 그리고 부모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은 행동은 고쳐지지 않더라도 우선 마음상태가 달라진다. 아까 위의 경우처럼 아무리 힘들게 싸우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아이는 부모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부모에게는 정말 시시콜콜하고 재미없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아이는 그런 이야기를 부모에게 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아주 긍정적인 싸인인 것이다. 솔직히 그런 상황에서 누가 고운 말이 나가겠는가. 설령 그때 적절히 맞장구 칠 기회를 놓쳤다고 하더라도 또 기회는 온다. 편지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고맙다. 네가 이렇게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이해해준 것만으로도 나는 고맙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서 뭔가 하나씩 자신의 마음이 풀림을 경험했다면 위의 말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즉 네가 나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일이 되는 것이다. 고리를 풀 수 있는 계기는 이렇게 작은 하나에서 시작이 되는 것이다. 댐이 어떻게 무너지는가? 결국 아주 작은 구멍이 그 큰 댐을 무너지게 하지 않던가? 역설적으로 아주 작은 나의 변화가 자녀와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계기는 부모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가 바뀌어 주면 부모는 당연히 바뀔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억지로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내가 바뀌어서 아이에게 다가가야 한다.
오늘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 폰의 친구들과 신나게 카톡을 하면서 엄마 아빠에게는 눈길 한번 보내지 않고 학원 다녀오면서 문 탁 쳐닫고 들어가는 아이에게 한번 카톡 문자를 보내보자 “밥은 먹었니?” “ 힘들지?” “아빠는 딸의 뒷모습만 봐도 사랑스럽다” “엄마 오늘은 너와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 언제 시간되니?”
정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면 마음을 털어놓고 내가 진정으로 너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라. 혹은 우리 전문가를 찾아가보자.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든데 서로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니? 이렇게 부모의 진심을 내놓을 때 아이는 스마트 폰에서 눈을 떼지는 않더라도 마음은 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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