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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6.0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632
내용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밝은미래 소아정신과 원장 정 성 심

 

  나는 소아정신과 의사이다. 그렇다보니 초등학생을 포함하여 많은 청소년들을 상담하게 된다. 즉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많은 친구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유치원 때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초등학교 때는 어떤 이유로 친구들과 사이가 좋은지 혹은 나쁜지,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들은 왜 그러한지 등등을 잘 엿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어떤 친구가 공부를 잘 하는지 혹은 인기 있는 친구들의 특징을 잘 관찰하게 되었다. 거기서 찾아낸 몇가지 근사한 답 중에 하나는 지구력을 키우는 운동이다. 외국 유수의 영재 학교는 통상 매일 격한 운동을 3시간씩 시킨다. 그리고 그것을 오전 6시 -9시까지 달리기를 포함한 온갖 지구력을 키워주는 운동으로 전환시킨 학교의 연구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그럴까? 누구나 힘든 순간들이 있다. 수학문제를 풀다가 힘들어질 때도 있고, 공기놀이를 배우는 과정에서 공 하나를 잡기 위해서 힘들 때도 마찬가지다. 친구를 사귈 때도 어려운 순간들은 찾아온다. 그 힘든 과정을 버티는 힘과 기초 체력은 살아가는데 중요한 저력이 된다. 일찍 찾아온 여름 같은 6월 무더운 한낮 뙤약볕에서 진지하게 3-4명 머리를 모아 놀고 있는 아이들 옆으로 다가가보라. 어른이 보기에 너무 사소한 딱지치기이거나 공기놀이라고 하더라도 난 그들에게서 진지함과 거룩함을 느낀다. 딱지를 뿌릴 때의 힘의 강도, 바람의 저항, 딱지 두께의 차이, 그리고 친구의 흔들리는 눈빛 등등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그 친구들은 언젠가 성장하여 자신에게 정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중요한 과제 앞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과연 그러한 것들을 여기저기 과외를 하면서 배울 수 있을까? 바쁜 공부 스케쥴으로 인해 짧게 주어지는 놀이 시간 때문에 쉽게 손에 쥐어지는 게임기를 통해서 얻어질 수 있을까? 어쩌면 그에 대한 답은 모든 부모들의 마음에 있을 것이다. 내가 힘든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떻게 그 산을 넘어갔나?


  나는 상담을 하러 온 대부분의 부모님들에게 오늘도 여전히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규칙적인 운동, 강도 높은 운동을 매일 1시간 이상 하세요.”“잠을 충분히 자게 하세요” “독서를 생활화 하세요” 그런데 생각만큼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말이야 쉽게 할 수 있지만 실제 행동이 과연 그리 쉬운가? 첫째 아들이 1학년 때 아침 달리기를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땐 정말 한명도 달리기를 하지 않아도 아들이랑 10바퀴 ~ 20바퀴씩 뛰고 교실에 들어가게 하고 나는 출근을 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아무도 뛰지 않는데 우리 아들만 시키는 것은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이후 2년간 달리기를 하지 못하고 그냥 하던 태권도만 열심히 하라고 할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올해 3월부터 학교에서 아침 달리기를 시작한다는 것을 신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아침 달리기를 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수면의 패턴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먼저 엄마인 내가 아침 6시에 일어났더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모두 6시 30분-7시면 일어나게 되었다. 요즘은 늦잠꾸러기인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까지 자연스럽게 일찍 준비를 하게 되었고 3남매가 같이 혹은 따로 달리기를 하게 되었다. 물론 아이들에게 매월 초에 하루에 몇 바퀴를 뛰겠느냐고 물어서 스스로 지키도록 하게 한다. 나도 준비를 빨리 끝내고 아이들과 아침 달리기를 한 후 바로 출근한다. 물론 수면은 9시-10시면 무조건 하게 한다. 전체 수면에 대한 중요성은 여러 책들에 나와있으니 확인하기 바란다.


  아침 달리기는 하면 할수록 매력이 있다. 직장인이라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더욱더 아이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1학년인 민경이는 5월이 되면서 5바퀴를 뛰겠다고 했다. 처음 3월에는  엄마 손을 꼭 잡고 뛰었는데 지금은 혼자서 열심히 3-4바퀴를 먼저 뛴다. 그리고 나서는 엄마에게 다가와 이젠 대화를 하면서 산책을 하자고 한다. 4학년인 첫째 아들은 가장 먼저 운동장으로 나간다. 아침 달리기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 분위기를 더 즐기는 것 같다. 달리고, 달리면서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놀고, 또 운동장에서 엄마와 동생들을 만나는 그런 것들. 생각을 해보라 요즘 초등학생들이 언제 운동장에서 저렇게 30-40분간 신나게 뛰고 또 때로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그것도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리기를 하면서. 아들은 기분이 좋으면 20바퀴도 뛰고, 교실에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5바퀴만 뛰고 들어가기도 한다. 나도 매일 아침달리기를 하면서 아이들과 가장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일년 열두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 달리기를 하고 싶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걸어가면서 우산을 치고 가는, 바닥에서 느껴지는 빗소리를 같이 들으면서 아이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눈이 오면 발자국을 찍으면서 걸어가고 싶다. 언젠가 더 커지면서 엄마보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 난 꾸준히 아이들과 같이 아침 달리기를 할 것이다. 무슨 일이건 아이를 변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있게 되면 그 계획은 성공하기 어렵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즐기면서 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 순간을 즐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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